#10) 가난했던 유학생의 일본 음식점 이야기. 일본 워킹홀리데이

워킹홀리데이로 일본에 도착해서 두달동안은 집에서 뭘 해먹을 수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뭘 해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론 음식은 대한민국 해군의 갑판병으로서(-_-v) 찌게부터 간단한 반찬까지 해먹을 수 있었지만, 그 당시에 집에서 해먹어봐야 한국슈퍼에서 파는 쫘퐈게뤼정도였다.

음식을 할줄 모른다기보다, 초반에는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쓰잘때기(정말로) 없는 걱정에 쌀을 살 목돈(?)을 쓰기가 두려웠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어리석은 짓이다. 작년 7월 기준으로 쫘퐈게뤼 한봉지에 110엔이였다. 하루 세끼를 쫘퐈게뤼로 해결한다고 치면, 하루에 330엔. 한달이면 대략 6600엔이다. 그리고 그때 쌀 5kg가 대략 2500엔이였다. 나중에 쌀을 사서 먹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쌀 5kg면 내가 아무리 배에 거지가 거주한다고 해도 보름은 족히 먹는 게 가능했다. 반찬이야 참치나 신김치 볶아서 먹으면 그만이고.

.. 그렇다. 난 단지 한꺼번에 2500엔이라는 목돈(?)을 쓰기가 두려워서 실제로 비교해보면 그다지 차이도 나지 않는 가격인데도 몸에도 안좋은 라면으로 거의 두달을 하루 두, 세끼 먹고 살았던 것이다. 정말 뻥이 아니라 짜퐈게뤼로 보름 이상을 지내면, 아무것도 안먹은 아침부터 입에서 쫘퐈게뤼 냄새가 난다. 으.. -_-

그런 가난한 워킹홀리데이 생활에서도 한줄기의 빛과 같은 날이 있었으니, 나만의 외식날이었다. 주말에 두번, 수요일 일요일.
하지만 그것도 항상 가는 곳은 정해져 있었고, 항상 갔던 그곳도 나중에 알고보니 일종의 '일식 패스트푸드' 형식의 식당이었다.

- 일식(덮밥)전문 패스트푸드 음식점

내가 자주 가고 또 좋아했던 그곳이 패스트푸드라는 거. (냉동 되어있는 재료를 익히거나 해동 시켜서 내놓는 방식) 게다가 그곳에는 여자 혼자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이미지가 별로라는 점. (실제로 보면 여자 혼자와서 먹는 풍경은 정말 보기 힘들다. 거의 대부분의 손님이 남자다.) 보통 혼자서도 잘 먹는 일본인 친구가 그런 말을 하니까 정말 뭔가 화끈거리고 그랬다. 난 항상 그 친구한테 마쯔야(松屋:덮밥전문 패스트푸드 체인점) 정말 맛있다고, 최고라고 칭찬을 입에 마르게 했건만. -_ㅜ

이건 뭐 일본인 유학생이 한국에서 김밥천국 최고라고 한거랑 같은 이치인듯. 가격대는 보통 300~700엔 사이다. 맛도 나름 괜찮다. 자주 먹으면 질리지만...

( 대충 이런 분위기다. 마쯔야 가게 사진은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 )

마쯔야는 규동(덮밥)을 전문으로 하는 일식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다. 그 외 스키야, 요시노야 등이 있으나 개인적으론 마쯔야가 제일 맘에 들었다. 이유는 미소시루(된장국)을 공짜로 주기 때문에. -_-b 정말 일본 구석구석 어디든 자리잡고 있고 겉으로는 일본 대중들이 자주 찾고 좋아하는 거 같은 패스트푸드점이 어째서 실제로는 그런 이미지일까. 친구 말로는 혼자서 밥은 먹어야 겠고, 돈은 없고, 정말 갈곳이 없을 때 가는 곳이란다. 맛있다던지 맘에 든다던지 해서 굳이 먼저 찾지는 않는다고.

이곳에서 혼자 먹고 있는 여자는 찾기 힘들고 남자도 대부분이 일행이 없는 혼자고 다들 밥만 후딱 먹고 나가야 될 거 같은 분위기랄까. 그런 탓에 가게 내부는 대화소리 하나 없는 조용하고 삭막하다. 가게 안에 들어오면 로봇처럼 자판기에서 식권을 뽑고, 건네고, 나오면 먹고, 가게를 나간다. 그렇게 말 한마디도 없이 그렇게 먹고 나가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아마 그런 분위기 때문이겠지.

그때 난 새삼. 어디서든 혼자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하고 가는 일본인들도 그런 '분위기' 라는 걸 따지고 생각한다는 것에 좀 신기했다. 겉으로 보면 안그럴 거 같거든.

- 햄버거 패스트푸드 음식점

일본에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맥도날드가 있다. 그러나 일본 맥도날드의 위상은 우리나라와는 전혀 딴판이다. 일본인의 맥도날드에 대한 충성심은 일본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매장의 갯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말 도쿄와 같은 도심은 어딜가든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또 매달 이벤트도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자주한다. 한참 짜퐈게뤼로 연명하고 있었을 때, 마침 빅맥 반값 이벤트를 해서 일주일 내내 빅맥만 먹고 다녔던 적도 있었다. (-_ㅜ) 그리고 100엔 햄버거도 판매한다. 가격이 100엔이기 때문에 크기도 물론 작고, 안에 들어있는 재료도 햄, 양배추, 피클 정도지만 나름 먹을만하다. 가난하면 뭔들 못먹겠나. 그래도 이런 메뉴가 있다는 거 자체가 참 신기하고 여러가지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1000원짜리 햄버거가 맥도날드에 나오면 인기가 있을까? 
(사실 100엔짜리 햄버거 주문할 땐 나도 모르게 주변을 두리번 거린다. 괜시리 창피해서.. -_-;;)

그리고 나름 친환경적인 햄버거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모스버거라는 음식점도 있다. 가격은 꽤 비싼 편이지만, 맛은 정말 보증한다. 최고다. 안에 들어간 재료 전부를 그 자리에서 바로 조리 하기 때문에 웬지 모르게 믿음이 간다. 제일 맘에 드는 건, 내가 좋아하는 양배추를 듬뿍 넣어준다는 거다. 토마토와 같이. 나는 모스버거와 같은 종류의 음식점인 후레쉬네스버거를 자주 이용했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우리 동네에 있었고, 가게 안 인테리어도 정말 이뻤고, 알바생도 이뻤다. .. *-_-*
모스버거든 후레쉬네스버거든 일본에 가면 꼭 한번 가서 먹어보기 바란다.

- 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
우리나라의 티지아이나 아웃백처럼 일본에도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다. 내가 자주 갔던 곳은 가스토(ガスト). 참고로 난 우리나라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한번도 가보지 않아서 어떤지 모르겠다. 일본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정말 항상 사람들로 붐비고 가격도 적당(보통 400~900엔, 세트는 1000엔 이상)하고 맛도 있다. 위에서 얘기했던 패스트푸드 음식점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한쪽에서는 미팅을 하는 중,고등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었고, 활기찼다.

무엇보다 정말 좋았던건 드링크바. 우리나라도 있다는 걸 얼마전에 알았지만, 그 당시엔 처음 보는 거라서(촌놈임-_-;) 정말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단돈 330엔 무한대로 시간제한도 없이 여러가지 차와 음료를 마실 수 있다니! 누가 이런 기가막힌 생각을 했을까! -_ㅠ 이 패밀리 레스토랑을 안 후부터는 공부하러 형들이랑 자주 놀러가기도 했었다. 시원하지, 쾌적하지, 가끔 풋풋한 여고생(-_-*)도 볼 수 있지, 330엔에 몇시간이고 있을 수 있지. 그렇다고 또 싸구려 음료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름 고급스러운 허브차까지!
비록 나오는 대부분의 음식이 양식이라 새로운 것은 없었지만, 정말 가난한 유학생에겐 최고의 음식점임이 틀림없다.

( 카츠동이다. 밥 위에 돈까스가 얹져있는 덮밥. 먹다보면 좀 느끼하다. )
마지막 위에 사진은 내가 일했던 모모타로 스시집이다. 냉동회전스시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비교 안되는 맛! 정말 이곳에서 일하면서 스시 원없이 먹어본 거 같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새우초밥랑 익힌 장어를 불에 지져서 내는 장어초밥.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맛이겠지.
아, 또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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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유크유크 2009/05/02 00:02 # 답글

    모스버거는 없지만 프레쉬니스 버거는 한국에 있습니다 :) 맛도 비슷비슷.
    그래도 모스버거가 먹구싶어요 ㅠㅠ..크흑
  • 하르모니아 2009/05/02 00:47 #

    이대인가? 서울쪽에 한곳 있다고는 들었던거 같아요. 많이 생겼나요!? 가보고 싶네요.ㅠㅜ...
  • JinAqua 2009/05/02 07:15 # 답글

    오빠 뭔가 정말.. 가난한 유학생 느낌 팍 [..]
    ㅠㅠ 프랜차이즈 말고 없잖아!?
  • 하르모니아 2009/05/10 00:16 #

    응 맞어..
    프랜차이즈 말곤 없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슬프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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