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넘어와서 시작한 두번째 알바. 바로 스시집.
일본어로 裏の仕事(우라노시고토:뒷일)이라고 해서
된장국과 함께 술안주로 먹는 간단한 구이나 튀김 만들고 설겆이를 하는 것이 내 일의 전부다.
아직 적응기간이고 우리말로도 모르는(-_-) 생선 이름을 일본어로 외우느라 정신이 없지만,
간간히 스시를 공짜로 먹을 수 있는 건 정말 .. 쵝오乃 냉동회전스시집과는 비교불가.

아무튼 모든 게 다 괜찮다고 생각될때쯤 내 속에선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었다.
그건 바로 일본인을 대하는 내 태도.
나는 한국에서 일본어를 배운데로 친구도 아닌 이상 나보다 나이도 많고 하니까,
ます、です의 정중한 말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또 그게 맞다고 생각해서 그런 말만 쓰다보니,
어느새부턴가 다른 일본인 직원들이 나를 불편하게 느끼고 있었다.
사실 이런 것도 오늘 새벽 5시에 일을 끝나고 나서 그나마 친해진
이타마에(스시집에서 스시를 만드는 조리사)상과 이야기를 해서 알게 됐다.
그 이타마에상의 말에 의하면 분명 나이가 많고 적고에 따라 말투가 달라지는 건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요즘에는 그런 체계가 많이 무너졌고 나처럼 너무 정중한 말만 쓰다보면 사람들이 나에게 농담도 잘 못하게 되고
무엇보다 놀랬던 게 그런 정중한 사람에겐
아무리 뭐라고 해도 はい、はい 하니까 더 심하게 해도 되겠지. 라고.
한마디로 우습게 보게 된다고. -_-
솔직히 이건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여긴 외국이고 난 외국인이니까 더더욱 신경써서
그리고 같이 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아버지뻘 사람들이다보니 그렇게 정중한 말을 썼을 뿐인데;
그러면서 이타마에상이 하는 말이 바로
‘仲間’
이 한자는 일본어로 nakama(나카마)라고 읽고 뜻은 '동료' 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끼리는 나이에 관계없이 조금은 타메구치(반말)을 써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다.
나처럼 보통의 안부나 농담을 하는 것에까지 굳이 です、ます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근데 말이 쉽지; '어른에게는 존댓말을 써야 된다' 라고 배웠고 또 그렇게 살아왔는데;
상상해보라. 40~50대 아저씨들한테 우리말로 해석하면
'어, 안녕. 오늘 날씨 좋네?'
'저 손님 너무 씨끄러운 거 아냐? 빨리 좀 가라'
'xx씨 그거 어딨어?'
-_-
23년 나름 차카게 살아온 나로썬 도저히 아버지뻘 얼굴(-_-)보고 나오기 힘든 저 반말들..;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같이 일하는 사람중에 나 말고 30대 초반의 홍콩인이 있는데
그 사람도 40~50대 사람들에게 거의 반말로 말하길래 난 친해서 그런갑다 그랬는데 ..
하지만 한가지 농담이나 보통 일상적인 대화가 아닌 일을 하다가
자기가 잘못하거나 실례를 했으면 그땐 제대로 '失礼しました’라고 정중하게 말해야 된다는 거.
가만 생각해보면 나도 한국에서 알바할땐 위로 몇살 차이 안나는 사람들에겐 그냥 편하게 얘기 했는데
(지금 같이 일하는 일본인들은 많이 차이 나지만 아무튼 -_-;)
내가 너무 외국이라고 잔뜩 쫄아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다른 것에 핑게를 대고 싶진 않지만, 일본어학원이든 어디든 간에 전부 정중한 말만 잔뜩 배우니까 -_-
막상 반말을 하려고 하믄 어떤식으로 해야 될지 모를 정도..;
뭐, 이건 어느나라 언어를 배우든 마찬가지려나
아옹, 복잡하구나 언어의 문화라는 건. 그래도 하나 배운 거 같아서 기분은 뿌듯.
내일부턴 조냉 (초콤) 반말 하는거다. .. 후덜덜



덧글
JinAqua 2008/11/02 22:32 # 답글
쵸콤씩 반말하면서 나중에는 막말해 <-틀려
하르모니아 2008/11/06 17:47 #
안되ㅠㅜ 나의 도덕심이 용서못해..( -_-;;)
Inity 2008/11/03 00:34 # 답글
일어를 배울땐 다 존칭으로만 배우니까 그렇게 말하게 되는데.. 실상은 다르군욥!
하르모니아 2008/11/06 17:47 #
네~ 정말 40~50대 아저씨들에게 반말로 말하는 건 은근 불편 ㅠㅠ
혜교 2008/11/03 12:26 # 삭제 답글
야 너 입 ㅋㅋ너무 가식적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국은 너무 쓸데없이 예의적이야
하르모니아 2008/11/06 17:48 #
ㅋㅋㅋㅋㅋ내가 촘 한 가식 함..
미칸 2008/11/03 15:13 # 답글
안녕하세요. 밸리에서 보고 왔습니다.저도 3년전에 워킹홀리데이로 세이부이케부쿠로센(히가시쿠루메역)에 살았기 때문에 어쩐지 반가워서 댓글 남겨봅니다. ^^
우리나라의 존댓말/반말 개념하고, 일본의 敬語/タメ語 개념이 조금 달라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손윗사람-존댓말, 손아랫사람-반말 식의 상하개념이라면, 일본에서는 먼 사람(친하지 않거나, 입장적으로 거리가 있어 대하기 어려운 사람)-경어, 가까운 사람-타메구치 식의 거리개념(?)인거죠.
이타마에상 말씀대로, 같이 일하는 분들은 '나카마'라는 가까운 사람의 범주에 속하는 거니까요, 너무 불편하게 여기지 마시고, 조금씩 타메고를 섞어쓰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그렇다고 어느날 갑자기 100% 타메고로 바꾸시면 그건 그것대로 어색하니까, 대화 중의 맞장구라든가 인사라든가, 그런 간단한 부분부터)
학원이나 책에서는 배우기 힘든 그런 부분들을 몸으로 부딪쳐 익힐 수 있다는 게 워킹홀리데이의 좋은 점이지요. :) 즐겁게 워킹생활 하시면서, 많은 것들을 배워오시기 바랍니다-////
하르모니아 2008/11/06 17:50 #
앗 히가시쿠루메역.. 알아요~ 가보진 않았지만;;저도 학원이나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진짜 일본을 직접 배우고 싶어서 왔는데..
어느세 하는 것 없이 시간만 흘렀네요;;
이제 어느정도 타메구치로 대꾸 정도는 하는데 그래도 역시 어색하네요;;
같은 나이 또래는 자연스럽게 나오지만;
아무튼 들려주셔서 감사~ ^ ^/ 자주 놀러오세요~
NINA 2008/11/05 16:49 # 답글
저도 영국서 스시집에서 알바했었는데.. 일본은 같은 외국어지만 존대의 문제가 있군요. 좋은 경험 쌓으시는 것 같아요~ :)
하르모니아 2008/11/06 17:51 #
앗~~ 영국서 하셨군요..무려 잉글랜드 +_+
역시 그 나라의 문화는 그 나라에 직접 가서 배우는 게 쵝오인거 같아요. 히히..
들려주셔서 감사!